같은 신체활동인데 결과 달라..‘신체활동의 역설’

 
운동이나 신체활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체활동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건설현장이나 공장에서 하는 육체노동은 물론 청소와 집안일, 출퇴근·통학, 돌봄 역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지만, 여가 시간에 하는 운동과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를 종합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다. 11개국의 연구 22건을 분석한 결과, 18세 이상 65세 이하 성인 여성은 여가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사망 위험이 25% 낮았고, 중간 수준에서는 22%, 낮은 수준에서는 15% 낮았다. 남성 역시 높은 수준에서 21%, 중간 수준에서 21%, 낮은 수준에서 1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무와 관련한 신체활동은 결과가 달랐다. 다른 유사 연구에서는 업무 관련 신체활동이 가장 높은 남성 집단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집단보다 18%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은 10%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처럼 같은 양의 신체활동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신체활동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여가 운동은 운동 강도와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대체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활동을 끝내 충분한 회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업무 관련 신체활동은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거나 같은 동작을 계속하거나, 신체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환경 자체가 건강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회복 시간이 부족하거나 더운 환경, 소음 등 작업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신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업무 속도와 일정, 작업 방식 등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근로 조건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탈진을 키울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심뇌혈관 질환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체활동의 강도가 높지 않더라도 장시간 긴장된 상태로 일하는 특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긴장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심박수가 높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고, 고정된 자세로 힘을 주며 일하는 과정에서는 근무 시간 동안 혈압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단순히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가’만으로 건강 효과를 판단하기보다는 활동의 강도와 지속 시간, 작업 자세, 회복 시간, 스트레스와 환경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신체활동 자체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과 업무상 신체활동이 항상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신체활동이 많은 근로자에게는 작업 중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관리와 함께 충분한 휴식과 회복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강도와 작업 환경을 적절히 조절하고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근로 조건을 마련하는 것 역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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