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약이 된나고? 퀴놀린산의 반전

 
높은 농도에서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 낮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청소 기능을 높이는 새로운 작동 경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7월 15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트립토판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퀴놀린산(QA)이다. 퀴놀린산은 그동안 높은 농도에서 신경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었지만, 연구진은 특정 조건에서 미세아교세포의 식작용을 오히려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에서 세포 잔해나 손상된 물질 등을 제거하는 면역세포로 기능한다. 
 
연구진이 확인한 핵심은 퀴놀린산이 미세아교세포의 인지질 대사 경로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퀴놀린산이 세포 내 Kennedy 경로를 활성화하면 인지질의 일종인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PE) 생성이 증가하고, 이어 GABARAP이라는 단백질의 지질화가 촉진된다. 이 과정이 미세아교세포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포획하고 제거하는 ‘GABARAP-associated phagocytosis(GAP)’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는 이러한 작용이 실제 치매 모델에서도 관찰됐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 퀴놀린산을 투여하자 미세아교세포의 GABARAP 활성과 함께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GABARAP의 기능을 억제했을 때는 퀴놀린산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효과가 줄어들어, 이 단백질을 중심으로 한 경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독성이 있는 물질을 그대로 치료제로 사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퀴놀린산은 상황과 농도에 따라 신경세포에 해로운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퀴놀린산 자체보다 미세아교세포의 청소 기능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경로다. 연구진은 Kennedy 경로와 GABARAP을 연결하는 기전을 조절하면 독성 위험은 줄이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기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미세아교세포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와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확인된 연구로,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와 안전성이 나타난다고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뇌 속 면역세포의 자체적인 청소 기능을 활용해 치매 관련 단백질을 제거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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