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지혜 '쌀뜨물', K헤어 비법으로 재조명

 
화장품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여인들의 미용 비법은 부엌 찬장에서 시작됐다. 각종 식재료들이 자연스럽게 피부와 머릿결 관리로 이어졌고, 그 경험은 세대를 건너 전해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쌀뜨물이다. 한동안 잊혔던 이 생활 속 재료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다시 소환되며 'K헤어'의 숨겨진 비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쌀뜨물은 쌀을 씻거나 불린 뒤 남는 전분 섞인 물을 말한다. 고문서에 의하면 여성들이 쌀뜨물로 머릿결 관리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 남부 소수민족 여성들이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긴 머릿결과 윤기로 상징되는 이들의 모습은 쌀뜨물의 효능을 상징처럼 보여주는 듯하다.
 
최근에는 쌀뜨물로 "머릿결이 부드러워진다", "윤기와 볼륨이 살아난다", "모발이 굵어 보인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따져보면 해석은 조금 차분해진다. 쌀뜨물에는 아미노산, 단백질, 항산화 성분 등이 소량 포함돼 있어 모발 표면을 코팅하고 큐티클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머릿결이 매끈해지고 윤기가 도는 효과는 비교적 쉽게 체감될 수 있다.
 
쌀뜨물로 헤어를 관리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쌀뜨물을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 씻은 물은 먼지와 불순물이 많으므로 버리고, 두 번째 씻은 물을 받는다. 물 색이 옅은 우윳빛 정도가 적당하다. 다음으로 샴푸로 두피와 모발을 평소처럼 씻은 뒤, 물기를 살짝 짜고 쌀뜨물을 모발 중심으로 천천히 부어 고루 적신다. 두피는 가볍게, 모발은 손으로 쓸어내리듯 마사지해 주는 것이 좋다. 3~5분 정도 둔 뒤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헹구면 된다. 모발 건조가 심하거나 윤기가 부족할 때는 샴푸 후 쌀뜨물을 바르고 수건으로 감싸 5분 이내 유지한 뒤 헹구는 것도 방법이다. 주 1회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흰머리 예방이나 모발 성장 촉진 같은 주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쌀 유래 성분이 동물 실험에서 모발 성장과 연관된 결과를 보인 사례는 있지만, 단순한 쌀뜨물을 인체에 적용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잦은 사용은 단백질 과잉으로 머릿결을 뻣뻣하게 만들고 끊어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 사례를 보면 답은 단순하다. 쌀뜨물은 '기적의 재료'라기보다 생활 속 관리법의 하나였다. 중국 소수민족 여성들 역시 쌀뜨물만 쓰지 않고 감귤 껍질이나 생강, 풀뿌리 등을 함께 달여 사용해 왔다. 핵심은 단일 성분이 아니라 균형과 지속적인 관리에 있다는 뜻이다.
 
SNS 속 쌀뜨물 열풍은 편리함에 밀려 버려왔던 생활 속 자원이 실제로는 충분히 쓸모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다만 유행을 맹신하기보다, 자신의 모발 상태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래된 생활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어디까지나 '생활의 보조 수단'이라는 선에서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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