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는 4개 고양이는 1마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집안 곳곳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예술 작품의 전시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은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인 네 개의 슬리퍼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턱시도 고양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회색 슬리퍼 두 켤레가 양옆으로 정갈하게 놓여 있고 그 정중앙에 흑백의 조화를 이룬 고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가 고양이의 전용석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슬리퍼는 네 개지만 고양이가 더해지면서 완성된 이 기묘한 오중주는 보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고양이가 이처럼 좁은 틈새나 물건 사이에 몸을 끼워 넣는 행동은 그들의 야생 본능에서 기인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이 사방으로 밀착되는 좁은 공간에서 포식자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진 속 고양이 역시 양옆에 놓인 푹신한 슬리퍼를 일종의 보호막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슬리퍼의 둥근 앞코 모양과 고양이가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은 식빵 자세의 곡선이 절묘하게 일치하면서 시각적인 통일감을 극대화한다. 고양이 특유의 유연한 몸과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는 본능이 만들어낸 우연한 예술인 셈이다.
 
이러한 장면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고양이를 액체에 비유하는 고양이 액체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어떤 형태의 공간이든 자신의 몸을 맞춰 넣는 고양이의 특성이 이번에는 슬리퍼라는 일상적인 소품과 만나 빛을 발했다. 또한 고양이가 정면을 응시하며 짓는 무심한 표정은 자신이 주변 환경과 얼마나 완벽하게 동화되었는지를 뽐내는 듯한 당당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흑백의 털 무늬가 회색 슬리퍼와 대비되면서도 전체적인 구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현대 미술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이 사진은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엉뚱함과 그들이 일상에 부여하는 특별한 의미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슬리퍼 사이에 앉아 있는 행위일 뿐이지만 인간의 눈에는 그것이 하나의 완벽한 대칭 구조로 읽히며 미적 쾌감을 준다. 슬리퍼 네 개와 고양이 한 마리가 만들어낸 이 짧은 평화는 반려동물이 우리 곁에서 선사하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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