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양이 모임

 
어스름한 저녁, 동네 뒷골목 공터에서 기이하면서도 경이로운 광경이 포착되었다. 각기 다른 털 색깔과 무늬를 가진 길고양이 여덟 마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이들은 서로를 공격하거나 경계하는 기색 없이, 마치 고대 부족의 원로들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처럼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흩어져 살아가던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이 이토록 질서 정연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한자리에 모인 것은 흔치 않은 일로, 이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비밀 결사대' 혹은 '동네 고양이 반상회'라는 유쾌한 별칭이 붙고 있다.
 
사진 속 고양이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응시하거나 중앙의 빈 공간을 함께 바라보며 깊은 침묵에 빠져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위해 체온을 나누는 본능적 행위라 분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이나 영역 배분 문제를 논의하는 '정치적 회동'이라며 농담 섞인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삭막한 도시의 폐자재와 쓰레기가 널린 공터 한복판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원형의 구도는 보는 이들에게 묘한 평온함과 영성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한 길고양이들의 집단행동은 인간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박한 환경 속에서도 공존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모습이, 갈등과 반목이 잦은 인간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들이 보여준 평화로운 공존의 모습은 혐오보다는 이해와 공생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고양이들이 이처럼 모이는 행위가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거나 특정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우리는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없지만, 둥글게 모여 앉은 뒷모습만으로도 그들이 이 척박한 도시의 엄연한 구성원임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 밤도 저들만의 비밀스러운 회의는 계속될 것이며, 내일 아침이면 다시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져 치열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이 작은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둥근 원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함'의 가치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는 상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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