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을 옮겨놨더니...
고양이는 영리한 동물이지만, 가끔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관에 갇혀 집사들을 당황하게 하곤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리나 청소를 위해 잠시 떼어놓은 방충망 앞에서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고양이의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미소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 속 고양이는 훤히 열린 베란다 문을 두고도, 굳이 거실 한복판에 세워진 방충망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밖을 응시하고 있다.
집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평소 창가 방충망 너머로 바깥 구경을 즐겨왔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의 머릿속에는 '바깥세상 = 방충망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독특한 공식이 성립된 모양이다. 방충망이 원래 있던 창틀을 벗어나 거실 한구석으로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밖을 보기 위해 기어이 방충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 좁은 격자무늬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양이의 행동은 이른바 '루틴의 힘' 혹은 '조건 반사'의 결과로 풀이된다. 고양이에게 방충망은 단순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바깥 풍경이라는 TV를 틀어주는 스크린과 같은 존재였을 가능성이 크다. 스크린이 옮겨졌으니 당연히 그 스크린 앞으로 가서 앉아야 한다는 고양이만의 논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뻥 뚫린 옆 공간으로 보면 훨씬 선명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순진한 고양이에게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고양이계의 AR(증강현실) 안경인가 보다", "방충망 필터가 없으면 세상이 너무 눈부셔서 그런 것 아닐까", "너무 멍청하고 귀여워서 벽을 부수고 싶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우리 집 고양이도 캣타워 위치를 바꾸면 한동안 허공에 발을 딛는다"며 고양이들의 관습적인 행동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환경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특정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고양이에게는 방충망이라는 익숙한 매개체가 있어야만 비로소 '안전하게 밖을 구경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인간의 눈에는 비효율적이고 엉뚱해 보일지라도,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며 진지하게 밖을 내다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삭막한 일상 속에 작은 쉼표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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