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물고 날아간 까치

 
여기, 21세기 최첨단 기기가 야생 조류의 장난감으로 전락한 현장이 있다. 사진 속 까치는 마치 제 것인 양 에어팟 한쪽을 부리에 꽉 물고 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긴 하얗고 반질반질한 에어팟은 까치의 눈에 꽤 매력적인 조약돌이나 알 수 없는 벌레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주인이 내뱉은 "이 시X롬의 새끼"라는 원색적인 비명은, 눈앞에서 20만 원 상당의 이어폰이 공중분해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가감 없이 대변한다.
 
까치는 예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도시의 까치는 다르다. 둥지를 짓기 위해 철사 옷걸이를 훔쳐 가고, 반짝이는 물건에 집착하며, 때로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 '동네 깡패'에 가깝다. 녀석에게 에어팟은 둥지를 튼튼하게 보강할 훌륭한 건축 자재이거나, 심심함을 달래줄 유희 거리였을 것이다. 주인의 귀에서 음악을 들려주던 에어팟이 이제는 까치 둥지의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버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웃픈(웃기고 슬픈)' 현대인의 비극이다.
 
이 비극을 희극으로 완성한 것은 바로 댓글의 센스다. "기다려라 내년 되면 에어팟 맥스로 돌려준다"는 한 네티즌의 위로는 전래동화 '흥부전'을 절묘하게 비틀었다. 다친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었듯, 에어팟을 '강제 기부' 당한 주인에게 까치가 더 비싼 상위 모델(에어팟 맥스)로 보은할 것이라는 기적의 논리다.
 
이 댓글 하나로 절도 사건은 순식간에 '초고수익 투자'로 프레임이 전환된다. 잃어버린 에어팟은 단순한 분실물이 아니라, 미래의 대박을 위한 씨앗이 된 셈이다. 물론 현실에서 까치가 에어팟 맥스를 물고 올 확률은 0%에 수렴한다. 하지만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는 상황조차 "내년엔 떡상하겠지"라는 긍정 회로로 승화시키는 해학의 민족다운 대처법이 돋보인다.
 
어쩌면 저 까치는 둥지에서 최신 유행가를 감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물건은 아깝지만, 덕분에 수많은 사람에게 큰 웃음을 주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부디 내년 봄, 주인의 창가에 박씨 대신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셋이 놓여 있기를, 동화 같은 상상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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