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 신차는 그림의 떡… 중고차 앱 깐 청년들

 
직장인 이모 씨(29)의 고민은 오늘날 20대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애 첫 차를 꿈꾸며 점찍어둔 준대형 SUV의 견적서는 5000만 원에 육박했다. 할부 이자까지 더하면 월급의 절반을 고스란히 차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 결국 그는 '카푸어(Car Poor)'가 되는 길 대신, 1000만 원대 무사고 중고차를 검색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
 
이처럼 무리하게 고가 신차를 구매하기보다 실속을 챙기려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차량 가격과 유지비 부담에 신차 구매를 포기한 청년층이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데이터는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증명한다. 2025년 12월 기준, 최근 1년 사이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앱 설치자 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으나, 그중에서도 20대의 증가세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29%나 급증하며 30~50대 등 기존 핵심 이용층의 증가 폭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차량 유지비와 감가상각을 고려해 중고차를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인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20대가 신차 매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신차 평균 가격은 5050만 원을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보니, 사회초년생의 연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연봉보다 비싼 차를 할부로 사는 게 맞나 싶다"는 28세 직장인 박모 씨의 한탄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결국 2025년 20대의 신차 등록 비중은 5%대까지 추락하며,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0년 12.2%였던 점유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반면 중고차 시장은 투명해진 사고 이력 공개와 체계화된 평가 서비스로 신뢰를 얻으며 청년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린 지금, '새 차의 로망'보다 '내 지갑의 안녕'을 택한 20대의 실속형 소비는 앞으로도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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