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부모가 되는 길

 
자녀가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가기 마련이다. 특히 디지털 소통이 일상이 된 오늘날, 단체 대화방에서 자녀만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자녀의 고통 그 이상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학생 딸이 학원 단톡방에서 소외되어 울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학원 강사에게 상담을 요청해야 할지 고민하는 한 학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동정보다는 비판에 가까웠다. 자녀의 사적인 교우 관계 문제까지 교육자에게 해결을 바라는 태도가 전형적인 과잉 보호이자 교권 침해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자녀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회복 탄력성을 기를 기회를 박탈한다. 청소년기는 집단 내에서 소외와 화해를 반복하며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중요한 시기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직접 나서서 중재하거나 교육자를 압박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자녀를 의존적인 존재로 만들 위험이 크다. 학원 강사나 교사는 학습을 지도하고 공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학생 개개인의 사적인 친소 관계까지 관리할 의무나 권한은 없다. 이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순간, 부모는 자녀를 위하는 조력자가 아닌 교육 현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민원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가 자녀의 교우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개입으로 억지로 단톡방에 초대되거나 사과를 받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또래 집단 내에서 해당 학생은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아픔을 공감해주되,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학교와 학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며, 그 안에서 겪는 크고 작은 상처들은 성장통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부모가 자녀의 삶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자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나,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방식이 타인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자에게 자녀의 감정 관리까지 떠넘기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며, 부모 스스로가 자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자녀가 겪는 갈등을 부모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모 역할의 시작이자 진상 부모라는 오명을 벗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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