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네모라이팅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주라고 불려야만 하는 누나'의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작성자는 평소 주변 동기들로부터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던 한 남학생의 반전 실체를 공개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가 다정하게 "공주"와 통화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하며 당연히 연인 관계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확인 결과 그 통화 상대는 다름 아닌 그의 친누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훈훈한 미담처럼 보였던 사연의 이면에는 반전의 '공포 정치'가 숨어 있었다. 작성자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남학생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누나를 '공주'라고 부르지 않으면 호된 매질을 견뎌야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입된 이른바 '네모라이팅(누나의 이름을 네모라 지칭하며 강요된 가스라이팅의 변형)'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누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혼이 나기 때문에, 그는 살기 위해 공공장소에서도 누나를 향해 "예, 공주님"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것이 진정한 K-남매의 생존 전략이다", "가스라이팅을 넘어선 네모라이팅의 위력"이라며 폭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누리꾼은 "전화 받을 때 '예, 공주님'이라고 받는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난다"며 남동생의 처세술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흔히 생각하는 다정한 남매의 모습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의 우위에 굴복하여 만들어진 '강제적 다정함'이라는 점이 대중의 웃음 코드를 저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특유의 해학과 만나 '현실 남매'라는 키워드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분석한다. 혈연관계에서 발생하는 서열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약자의 눈물겨운 노력이 '공주'라는 극단적인 호칭과 대비되며 강력한 희극 효과를 낸 것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나의 서슬 퍼런 감시 아래 "공주님"을 외치고 있을 수많은 남동생들의 모습은 현대 한국 사회의 독특한 가족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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