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같지 않아?
연인 사이의 애정 표현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그 수위나 방식에 따라 상대방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로 사귄 남자친구의 과도한 애교 섞인 발언에 '현실 자각 타임'을 느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작성자는 남자친구가 부상을 당했다며 "너의 것(내 몸)이 다쳐서 혼나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바 '강아지계 남친' 혹은 '대형견 남친'으로 불리는 이들의 특징은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연 속 남자친구는 전화기 너머로 상처 부위에 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는 '호~' 소리를 요구하며,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성적 보살핌을 갈구했다. 작성자는 "바람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왜 그러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남자친구는 그 무심한 소리마저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모습은 전형적인 'T(이성적)' 성향의 여성과 'F(감성적)' 성향의 남성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유쾌한 불협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연애 관계에서의 '퇴행적 애정 표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는 누구보다 유능하고 이성적인 성인일지라도, 가장 가깝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연인 앞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무조건적인 수용과 돌봄을 재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는 네 것"이라는 식의 소유권 주장이나 다소 과한 애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노출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랑 고백이 될 수 있지만, 사연의 작성자처럼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진 이들에게는 그저 "정신 차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당혹스러운 상황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온도 차'는 연애의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된다. 비록 겉으로는 "병...신같다"며 혀를 찰지언정, 결국 상대의 요구대로 바람을 불어주는 모습에서 현대 연인들이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독특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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