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로 이행시 하겠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누나 이행시 대참사'라는 게시물이 화제를 모으며 누리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작성자가 "누나들, 제가 '누나'로 이행시 하겠습니다. 운 좀 떼주세요"라며 소통을 시도한 글에서 시작되었다. 대개 이런 게시물은 연하남의 풋풋한 고백이나 재치 있는 아부성 멘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댓글 창에 나타난 한 사용자는 이러한 대중의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운을 떼주기도 전에 스스로 '누'와 '나'를 모두 활용해 이행시를 완성해 버렸다. 그 내용 또한 가관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의 유명한 대사인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를 인용한 뒤, 곧바로 욕설이 섞인 거친 답변으로 이행시를 마무리 지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원문 작성자의 의도를 단칼에 베어버린 셈이다.
 
당황한 작성자가 "자꾸 혼자 하지 말고(운을 떼달라)"라며 수습을 시도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더욱 단호했다. 해당 유저는 "명령하지 마라"라는 짧고 묵직한 한마디로 상황을 종결시켰다. 이는 마치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활용한 일종의 '상황극 파괴' 유머로,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터져 나오는 당혹감이 핵심 재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기승전결 파괴' 유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형식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최근 누리꾼들은 판에 박힌 전개를 거부하고 맥락을 비트는 방식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특히 '누나'라는 다정한 단어와 '궁예'의 폭압적인 대사, 그리고 '명령하지 마라'라는 권위적인 태도의 부조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게시물의 파급력을 높였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누나라고 부르랬지 누가 궁예가 되랬냐", "명령하지 마라에서 진짜 터졌다", "이행시 빌런의 표본이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훈훈한 소통을 꿈꿨던 작성자의 패배와 무자비한 댓글러의 승리로 끝난 이번 해프닝은 오늘도 평화로운 온라인 커뮤니티의 단면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리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