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 시창작 대상
한 줄의 짧은 문장이 주는 울림이 이토록 강력할 수 있을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일본의 한 상점가 게시판에 붙은 '실버 센류(Silver Senryu)' 대상 수상작이다. 92세의 야마다 요우 어르신이 쓴 이 짧은 시는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もういない)"라는 기가 막힌 반전으로 읽는 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조의 음율에 맞춰 일상을 풍자하는 짧은 시를 말한다. 여기에 노인을 뜻하는 '실버'가 붙어, 고령자들이 겪는 노화의 서글픔이나 일상의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것이 바로 '실버 센류'다. 야마다 어르신의 작품은 92세라는 본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연상'이 존재하기 힘든 현실을 절묘한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상형을 찾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찾을 수 없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을 이토록 담백하고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다니, 그 연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실 일본의 실버 센류 공모전은 매년 화제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더라"와 같이 노화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을 비관하기보다 해학으로 받아치는 어르신들의 여유가 돋보인다. 신체 기능은 떨어지고 기억력은 희미해져 가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유쾌하다.
이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나이 듦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공평한 미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늙음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조차 농담 따먹기 하듯 가볍게 툭 던질 수 있는 마음의 근육. 그것이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92세 어르신의 귀여운 투정에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건 아마도 그 속에 담긴 삶의 깊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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