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부상자

 
빵집 진열대 한구석, 조금은 짠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안내판 하나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보통 굽는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지거나 터진 빵들은 '못난이 빵' 혹은 'B급 상품'이라는 딱딱한 이름표를 달고 헐값에 팔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가게 주인장은 남다른 작명 센스로 '재고 처리'를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로 바꿔버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 사진 속에는 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식빵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오늘의 부상자"**라는 팻말이 당당히 놓여 있다. "오늘 막 구워서 아주 맛있지만, 조금 상처가 나버린 아이들입니다"라는 설명은 마치 야전 병원에서 부상병을 소개하는 듯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단순히 "모양이 예쁘지 않아 할인합니다"라고 적었더라면 그저 그런 떨이 상품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빵을 의인화해 '부상자'라고 칭하고, '상처가 났다'고 표현하니 구매자는 빵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픈 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치료'해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위트 있는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정확히 자극했다. 흠집 난 상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을 넘어, 오히려 "내가 데려가서 먹어줘야지"라는 묘한 책임감과 동정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댓글 반응을 보면 "치료(구매)가 시급해 보인다", "내 뱃속으로 긴급 후송하겠다", "이런 부상자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유쾌한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빵을 즐기려는 '알뜰 소비' 트렌드와, 흠집 있는 농산물이나 식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 문화가 맞물려 이런 '부상자 빵'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삭막할 수 있는 상거래 현장에서, 주인장의 따뜻한 유머 한 스푼이 빵 맛을 더 달콤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은 완벽하게 진열된 빵 대신, 조금 다쳤지만 맛은 그대로인 '오늘의 부상자'를 구조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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