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정숙이 생명인 공간이다. 때문에 음식물 섭취는 엄격히 금지되는데, 이를 알리는 방식은 대개 단호하고 딱딱하다. "음식물 반입 금지", "적발 시 퇴실 조치" 같은 문구들은 이용자들에게 의무감을 주지만, 때로는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한 도서관에 붙은 호소문은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에티켓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
 
이 안내문의 논리는 황당할 정도로 비약적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시작은 단순하다.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으면 개미가 꼬인다는 것. 여기까지는 팩트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사서의 상상력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도서관에 들어온 개미가 책을 읽게 되고, 독서를 통해 똑똑해진 개미들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지능이 급상승한 개미들이 악의 세력으로 변해 인류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이른바 '혹성탈출' 급의 디스토피아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고작 과자 부스러기 하나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 거창한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의 논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 경고문이 매력적인 이유는 '유머'를 통해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넛지(Nudge)' 효과의 훌륭한 예시다. 강압적인 명령 대신, "제발!"이라는 간곡한 부탁과 귀여운 개미 일러스트, 그리고 엉뚱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용자들의 경계심을 허문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킥킥대며 웃다가도, "그래, 인류를 위해서라도 먹지 말아야지"라며 슬그머니 간식을 가방에 넣게 될 것이다.
 
규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까지 딱딱할 필요는 없다. 삭막한 도서관 벽면에 붙은 이 종이 한 장은 이용자들에게 작은 웃음을 주는 동시에, 공공장소 예절이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그 어떤 경고장보다 강력하게 뇌리에 각인시켰다. 오늘 도서관을 찾는다면 부디 조심하자. 당신이 흘린 과자 부스러기가 훗날 개미 제국의 건국 신화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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