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에 반하고 맛에 놀라는 비트 절임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나 입맛이 없는 계절, 냉장고 속에서 갓 꺼낸 차갑고 아삭한 피클 한 점은 열 가지 반찬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피클도 훌륭하지만, 제철 채소의 싱싱함을 그대로 담아 직접 담근 수제 피클은 그 신선함과 건강함에서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 피클의 정석이라 불리는 무와 오이에 '땅속의 붉은 보석'이라 불리는 비트를 더하면, 맛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극대화된 근사한 밑반찬이 완성된다.
 
비트 피클 만들기의 첫 단추는 위생이다. 장기 보관하며 먹는 절임 음식인 만큼, 유리병을 끓는 물에 거꾸로 세워 증기로 소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소독된 병이 건조되는 동안 무와 오이, 비트를 깨끗이 세척해 준비한다. 이때 채소들을 일정한 크기로 썰거나 모양 틀을 이용해 변화를 주면 완성 후 병에 담긴 모습이 더욱 먹음직스러워진다. 비트 특유의 선명한 자줏빛은 무와 오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인공 색소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루비색을 만들어낸다.
 
피클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은 단촛물의 비율이다. 냄비에 물과 식초, 설탕을 적절히 배합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통후추와 월계수 잎을 더해 끓여낸다. 향신료의 은은한 풍미가 배어 나온 단촛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채소가 담긴 유리병에 즉시 붓는 것이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결정적인 비법이다. 뜨거운 상태로 뚜껑을 닫고 병을 뒤집어 식히면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어 보존력이 높아진다.
 
모든 조리가 끝났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는 재료다. 실온에서 충분히 식힌 피클 병을 냉장고에 넣고 약 일주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다. 투명했던 단촛물이 비트의 색으로 붉게 물들고 채소 속까지 새콤달콤한 맛이 깊게 배어들면 비로소 완성이다. 일주일의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이 붉은 피클은 파스타, 치킨, 혹은 소박한 집밥 상차림 어디에나 어울리는 만능 치트키가 되어줄 것이다.
리스트로 돌아가기